lawheart
2011-10-13 17:57:41조회수 : 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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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판례-강간-‘아내 강간’ 法의 심판은
韓, 법원 선처 불구 ‘부부강간죄’는 유죄로 인정
美.英.佛.獨 등 부부관계에 강간죄 성립
[아시아투데이=김미애 기자] “훌륭한 남편은 못돼도 훌륭한 아버지는 돼라.”
부부싸움 도중 아내를 성폭행한 죄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남편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선처를 베풀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법원은 두 살 남짓한 아들의 장래를 생각해 A씨에게 아빠로 다시 설 기회를 주기로 했다.
7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재판 과정에서 서로 연민을 느끼며 해결점을 찾으려했으나 양가 가족들이 개입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져 1심 재판 중이던 지난해 6월 이혼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상대방 배우자에게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요구받는 경우는 의무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면서 “피고인은 훌륭한 남편이 될 기회를 잃었지만 훌륭한 아버지가 될 기회를 주는 것은 필요하다고 믿기에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비록 법원이 피고인에게 선처를 내리긴 했지만 항소심도 원심과 같이 ‘부부강간죄’는 유죄로 인정했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취지다.
◇법원은 ‘부부강간죄’를 폭넓게 인정= 부부관계에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판례였지만 최근 법원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부부강간죄를 폭넓게 적용, 인정하는 추세다.
2009년 1월 부산지법은 외국인 아내를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한 남편에게 부부강간죄를 첫 적용했으며, 지난 3월에 창원지법은 이혼 숙려기간에 타인으로 위장해 별거중인 아내를 성폭행한 30대에게 강도강간죄 등을 인정해 징역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당시 부산지법의 판단은 법적으로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에게 강간죄를 적용해 이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어서 많은 파장을 몰고 왔다. 재판부는 “형법상의 ‘부녀’에 ‘혼인 중의 부녀’가 제외된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현행법으로도 부부강간을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강간죄의 보호법익은 ‘여성의 정조’가 아니라 ‘성적 자기 결정권’이며 아내 또한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부부사이에 강간죄 성립 논란은 여전= 그동안 부부 사이에 강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행법상 강간죄의 대상은 ‘부녀’, 즉 여성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혼인 중인 부녀’가 이에 포함되느냐는 법조계 안팎의 논란거리였다.
또 민법은 부부 사이에는 동거의 의무, 즉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배우자의 성관계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부부간 성관계를 ‘의무’로 보고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부부라는 특별한 관계에서 비롯한 문제에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느냐는 논란도 있다.
2009년 3월엔 별거중인 아내를 흉기로 위협해 강간한 남편에게 특수강간죄를 적용, 징역 6년을 선고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다만 “혼인관계가 존속하는 상태에서 남편이 처의 의사에 반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성교를 한 경우 강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외국서 부부간 강간죄 적용은= 영국과 미국은 오랜 기간 부부단일체의 이론, 혼인의 프라이버시 이론 등을 내세워 부부강간 면책을 인정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1984년 뉴욕주 항소법원의 판결로 “기혼여성도 미혼여성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신체를 통제할 권리를 지닌다”며 부부강간을 인정했다. 영국 역시 1991년 그동안의 부부강간 면책 법리를 폐기했다.
독일은 1997년 과거 부부강간죄를 부정하는 근거가 됐던 구 형법 177조의 ‘혼인외의 성교’ 부분 삭제와 함께 ‘부녀’를 ‘타인’이라는 용어로 바꿔 부부강간을 강간죄로 소추 처벌하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게 됐다.
프랑스의 경우 1981년 판결을 시작으로 부부강간을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 형법의 경우 강간을 ‘폭력, 강요, 협박, 충격적인 방법 등을 이용해 타인에게 가하는 모든 형태의 성적 삽입행위’라고 규정해 부부강간도 강간죄 성립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