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후반의 고령인 A씨의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심장병, 고혈압 등 지병과 경미한 치매증세가 있었던 A씨 어머니는 갑자기 큰 부상을 당한 충격 때문인지 자녀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며,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을 횡설수설하는 등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 있다가, 수술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어머니 사후 상속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시가 6억 상당의 어머니 집 등기부를 떼본 A씨는 어머니의 유일한 재산인 집이 어머니 수술일 전날 오빠에게 증여로 넘어간 사실을 발견했다.
알고 보니 어머니의 수술일 전날 A씨 오빠가 법무사를 병실로 데려와 어머니의 집을 자신에게 증여한다는 서류를 만들어 어머니 집을 자기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놓고는 여동생들에게는 시치미를 뗐던 것이었다.
A씨를 비롯한 여동생들이 오빠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지자 오빠는 평소 어머니가 아들인 자기에게 집을 주고 싶어 해서 수술일 전날에 집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딸들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어머니가 자발적으로 집을 주었다는 오빠의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A씨와 여동생들은 오빠가 부당하게 가져간 집을 원상태로 되돌리고, 자신들도 어머니 재산을 상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 사건에서 오빠의 주장은 이랬다. 법무사가 어머니에게 아들에게 집을 주겠냐라고 묻자 어머니가 ‘그렇게 한다’고 대답했으니, 어머니가 자신에게 집을 주려고 한 것이 맞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 있던 어머니가 법무사의 질문에 그렇게 한다고 한 것이 과연 어머니의 진정한 의사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사람이 법률적으로 유효한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기가 뭘 하는지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이 하는 행위의 법률적 의미나 효과를 이해할 수 있는 정상적인 정신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능력을 법률용어로 '의사능력(意思能力)'이라고 한다.
의사능력 유무는 보통 사람이 가지는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가졌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며, 의사능력이 없는 사람이 한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구체적으로 법원이 의사무능력으로 판단한 경우를 살펴보면 '지능이 64로서 정신지체의 범주에 속하는 자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고, 언어능력에 있어 일상적인 질문에 대해 말로는 전혀 답을 하지 못하고 동작으로만 의 대답이 가능하여 내용 전달이 안 되는 경우', '교통사고로 두개골 골절 등의 부상을 당해 판단력 및 기억력이 저하되어 주변사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쉽게 화를 내고 참을성이 없으며 사리를 변별할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지능지수가 68 정도에 불과한 치매 수준의 후유증이 남은 경우'등이 있다.
사안에서 A씨 어머니는 사망 전 한동안 치매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판단받을 가능성이 높고, 어머니의 의사무능력 상태가 인정된다면 A씨 오빠에게 집을 증여한 행위는 무효가 된다.
다만, 어머니가 치매로 의사능력이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할 책임이 증여 무효를 주장하는 A씨에게 있는데, 이런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이루어진 법률행위를 무효라고 판정하려면 법원에서 상당히 높은 정도의 증명을 요구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이런 입증 부분만 해결된다면 A씨는 어머니가 오빠에게 집을 증여한 행위가 무효임을 주장하여 오빠 명의로 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이 소송에서 승소하여 오빠 명의로 된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고 집을 다시 어머니 명의로 돌린 뒤, 이를 상속할 수 있다.
미리 재산을 물려주었으나 불효한 아들을 상대로 한 증여취소
수원지방법원 2012. 1. 3. 선고 2011가합5557 판결(확정여부 2012. 1. 18. 현재 불명)
[사안]
1. 원고(모친, 1939년생)는 1남 4녀 중 아들인 피고(1963년생) 내외가 모시겠다고 하므로 아들집에 들어가 살게 됨.
2. 그 후 원고는 그 소유토지를 3억 2천만원에 매도하고, 피고(아들)에게 맡김.
3. 위 돈을 맡길 때,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 3억 2,000만원 중 딸 4명에게 각 1,000만원씩 주고 나머지는 아들인 피고에게 다 주며, 원고가 살아있는 동안 잘 보살피고 원고가 죽으면 49제와 제사를 피고가 지내주기를 바란다."는 확인각서(을제6호증)를 작성해줌.
4. 원고는 파킨슨씨병을 앓고 있었는데 피고 부부는 거동이 불편한 원고의 식사를 제 때 차려주지 않고 용돈을 제대로 주지 않았으며, 원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막말을 하며, 원고와 딸들이 만나지 못하게 하는 등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하므로, 원고는 피고 내외 몰래 피고 집을 나온 뒤, 위 금원 중 일부인 2억원을 '보관금'으로 반환청구.
[판결결과]
1. 주문 : 원고의 청구를 모두 인정.
2. 위 각서를 원고가 써주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증여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3. 위 확인각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할 때 증여는 아니고 보관 내지 관리를 의도하였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증여라 표현하였다 하더라도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된다.
4. 비진의 의사표시가 아니더라도 부담부증여인데, 피고가 그 부담을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의 해제로 그 증여는 무효가 되었다.
참고사항 : 무효/취소/해제/해지의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