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작성한 위임장 등은 무효이고 그에 기한 부동산의 매매계약도 무권대리행위로서 무효이므로 전득자 등의 말소등기의무가 있다고 본 판결[2014가합36653]
법원, 치매 노인 재산관리 위임장ㆍ유언장 효력 없어 매매계약 무효 서울중앙지법
[로이슈=신종철 기자] 치매로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작성한 위임장 등은 무효이고, 그에 기한 부동산의 매매계약도 무권대리행위로서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2007년 9월 치매 진단을 받은 이래 치매 관련 통원치료를 받아오던 A씨(당시 69세)는 2012년 2월 퇴행성 관절염으로 정형외과 병원에 입원했고, 결혼해 분가해 살던 아들은 주기적으로 병문안을 왔다.
그런데 A씨는 2012년 3월 갑자기 병원에서 퇴원했고, 그때부터 아들과 연락이 두절됐다.
이에 아들은 경찰에 어머니에 대한 실종신고를 했다. 실종사건을 조사한 경찰관은 A씨의 소재를 파악해 아들에게 인천에 있는 A씨의 막내 남동생의 집에 있다고 알려줬다.
아들은 어머니가 있다는 외삼촌 집에 연락했으나, 그곳에 있는 다른 가족들에 의해 어머니와의 통화를 제지당했다.
A씨는 정형외과 병원 퇴원 직전까지 자주 문병을 왔던 아들과 전화 연락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악화됐다.
당시 20억원대 건물을 갖고 있던 A씨는 상가 세입자들로부터 월 655만원의 임대료를 수령하고 있었다.
그러데 A씨는 남동생의 집에 머무를 당시인 2012년 5월 남동생은 누나 A씨로부터 위임약정서를 작성하고 공증인가 법무법인에서 인증을 받아뒀다.
위임약정서 내용을 보면 A씨가 소유하는 일체의 재산에 대해 남동생을 수임인으로 정해 전반적인 관리 및 처분에 관한 일체의 행위를 A씨가 사망할 때까지 위임한다는 것이다.
또한 A씨는 예금계좌의 관리 및 해지 등에 관한 권한을 남동생에게 위임하고, 매월 발생하는 수익 중 200만원을 남동생에게, 200만원은 여동생에게 지급한다고 책정했다. 재산관리비 명목이다.
뿐만 아니라, A씨의 동생들은 “A씨의 자녀는 친자가 아니므로, 전혀 재산을 상속하지 않는다. 건물과 토지 그리고 예금을 남동생과 여동생에게 각 2분의 1씩 유증한다. 유언의 집행자로 남동생을 지정하다’는 내용의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했다.
A씨는 아들이 어릴 때 입양해 친생자로 등록해 키웠고, 아들이 결혼해 분가할 때까지 함께 살았다.
A씨가 이런 사실을 안 것은 1년여 뒤였다. 이에 A씨는 2013년 6월 어머니를 정신질환으로 판단력을 잃은 ‘금치산자’로 선고해 달라고 인천지법에 청구했다. 금치산자가 되면 법원이 어머니에게 붙인 후견인이 어머니의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었다.
인천지법은 그해 9월 “변호사 B를 A씨의 임시후견인으로 선임하고, A씨는 임시후견인의 동의 없이 재산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사전처분결정을 했고, 이를 외삼촌에게 통보했다.
그런데 외삼촌은 통보를 받은 당일 A씨를 대리해 자신의 친구 형에게 A씨 소유의 토지와 건물을 급매하고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쳤다.
매매대금은 12억원에 불과했고, 계약금도 없이 A씨의 건물보다 훨씬 더 싼 점포와 맞바꾼 것이었다. 이를 알게 된 후견인 변호사는 A씨의 재산을 원상 복구하라며 소송을 냈다.
A씨는 “위임장 작성 당시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었으므로, 남동생에게 토지와 건물 처분 등에 관한 권한을 위임한 행위는 무효”라며 “따라서 남동생은 나를 대리해 토지와 건물을 매도할 권한이 없으므로, 매매계약은 무권대리행위로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A씨는 “건물 토지의 시가는 20억원에 달함에도 12억원 상당의 점포와 교환이라는 현저히 불공정한 대가로 매도됐고, 이는 남동생의 경솔함, 무경험과 나의 궁박에 따른 것”이라며 “따라서 이 매매계약은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남동생은 “위임장 작성 시점에 가까운 2012년 3월 누나의 치매 증상 정도 수치가 정상과 경도 치매증상의 경계에 있었던 점, 누나는 위임약정서에 직접 자신의 서명을 하고 공증을 받은 점 등에 비추어, 누나는 의사능력이 있는 상태에서 나에게 위임약정서 등을 작성해줌으로써 토지와 건물의 매도에 관한 대리권을 적법하게 수여했다”고 맞섰다.
또 “토지와 건물에 대한 감정가는 약 12억원이고, 이 사건 점포는 15억 8000만원의 가치가 있으므로 매매계약이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라고 볼 수 없어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A씨를 20년 넘게 알고 지내며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이 사건 건물을 관리한 J씨는 법정에서 “A씨의 남동생이 2012년 10월 토지와 건물을 매도하려고 교섭할 당시 입회했는데, 당시 부동산중개인과 법무사 사무장이 A씨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어서 부동산 매매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충고를 해 매매계약이 무산됐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제26민사부(재판장 윤강열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23일 “이 사건 매매계약은 무권대리행위로 원고에 대해 무효”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14가합36653)
A씨가 약정서와 유언장을 쓸 당시 치매 증상이 진행돼 법률적 의미와 효과를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무효이며, 따라서 건물 매매는 취소하고 새로 한 소유권등기도 말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위임약정서 작성 당시 원고는 10명의 임차인에게 건물을 임대해주고 월 655만원의 임대료를 수령하고 있었고, 상당한 정도의 예금자산을 가지고 있었으며, 치매증상과 고혈압 이외에는 다른 건강상의 이상 징후도 없었으므로, 원고는 자신의 예금자산과 건물에 대한 임대수입이 유지돼야 장기간 안정적으로 치매 등의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원고로서는 토지와 건물을 매각해 소비하기 쉬운 현금으로 바꾸어서는 안 되고, 당시 원고를 위해 토지와 건물을 ‘관리’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고는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화하고, 예금 전부를 인출할 권한을 남동에게 위임하고, 재산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매월 400만원을 동생들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했으며, 재산처분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 인센티브 명목의 금원을 동생에게 별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며 “더구나 위임약정서 등을 남동생에게 작성해주는 경우 원고의 이익에 반하는 재산처분행위를 저지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내용의 위임약정서, 위임장은 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원고에게는 별다른 이득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유언공증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는 만68세로서 치매증상 등 이외에는 별다른 건강상의 이상 징후가 없었음에도, 정형외과 병원에서 퇴원한 직후 양자 아들과의 연락이 차단된 상태에서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했다”며 “유언공정증서의 내용도 제1순위 상속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양자 아들의 권리를 완전히 배제하고, 후순위인 남동생과 여동생에게만 1/2씩 유증하는 것이어서, 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이라고 봤다.
이어 “원고가 정형외과 병원 퇴원 무렵 갑자기 자신의 사망 이후를 대비해 유증을 하고, 나아가 아들 등 주변 인물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동생들에게만 자산을 물려주기로 결심할 특별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원고의 정신상태, 위임약정서 및 위임장 작성 경위와 내용, 그 무렵 작성된 유언공정증서의 내용 등에 비추어, 만일 원고가 위임약정서 및 위임장의 법률적 의미와 효과를 이해하고 있었다면, 이를 작성했을 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비록 원고가 위임약정서, 위임장에 한자로 서명하고, 유언공정증서에 한글로 서명하기는 했으나, 앞서 본 정신상태에 있는 원고가 위임약정서와 위임장의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서명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2013년 10월 신체감정을 받을 당시 원고는 알츠하이머 치매증상을 보였고, 이에 기초해 2014년 1월 성년후견절차가 개시됐다. 원고는 신체감정 당시 보다 한 달 정도 전인 소유권이전등기 당시 등기의무자 확인서면의 내용과 이에 따른 법률효과를 인식하지 못했을 것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남동생은 금치산선고 심판청구 사건에서 변호사 B를 임시후견인으로 선임하고 임시후견인의 동의 없이 재산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는 사전처분 결정을 송달받자, 당일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즉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줬다”며 “만일 원고가 매매계약 내용과 소유권이전등기의 법률적 의미와 효과를 이해하고 있었다면, 등기의무자 확인서면에 무인했을 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와 같이 법률적 의미나 효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의사무능력 상태에서 작성된 위임약정서와 위임장에 따른 법률행위는 무효이므로, 남동생에게는 토지와 건물을 매도할 대리권이 없다”며 “따라서 이 매매계약은 무권대리행위이고 이에 대한 원고의 추인도 없으므로 원고에 대해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 역시 원인무효의 등기이므로, 건물을 매입한 사람은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인 원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출처 : 로이슈
서 울 중 앙 지 방 법 원
제 2 6 민 사 부
판 결
사 건 2014가합36653 소유권이전등기말소 등
원 고 A
제한능력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성년후견인 B
피 고 1. C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
담당변호사 ○○○, ○○○
2. D
3. E
소송대리인 변호사 ○○○
소송복대리인 변호사 ○○○
변 론 종 결 2015. 10. 2.
판 결 선 고 2015. 10. 23.
주 문
1. 원고에게, 별지 목록 제1, 2항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하여,
가. 피고 C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중부등기소 2013. 9. 17. 접수 제45798호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의,
나. 피고 D은 같은 등기소 2013. 10. 4. 접수 제47835호로 마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다. 피고 E는 같은 등기소 2013. 12. 9. 접수 제58261호로 마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각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
2. 이 법원이 2014카기5823 강제집행정지 사건에 관하여 2014. 10. 1. 한 강제집행정지결정과 2014카기6331 강제집행정지 사건에 관하여 2014. 11. 4. 한 강제집행정지결정을 각 인가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 구 취 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1972. 3.경 그 무렵 출생한 F을 입양하여 친생자로 출생신고한 다음 양육하고 교육시켰으며, F이 결혼하여 분가할 때까지 함께 거주하였다.
나. 원고는 2007. 9.경 치매 진단을 받은 이래 지속적으로 치매 관련 통원치료를 받았다.
다. 원고와 원고의 남동생 G은 2012. 5. 11. 다음과 같은 내용의 위임약정서(갑 5호증의 1, 이하 ‘이 사건 위임약정서’라 한다)와 위임장(갑 5호증의 2, 이하 ‘이 사건 위임장’이라 한다)을 작성하고 공증인가 법무법인 **에서 이를 인증받았다.
<이 사건 위임약정서>
○ 원고가 소유하는 일체의 재산에 대하여 G을 수임인으로 정하여 전반적인 관리 및 처분에 관한 일체의 행위를 2012. 5. 11.부터 원고가 사망할 때까지 위임한다(제1 내지 3조)
○ 위임목적물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 처분 등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은 원고가 부담하는 것으로 한다. 위임목적물의 관리, 처분으로 인하여 수익이 발생한 경우, 수익의 ___를 수임인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하기로 한다(제5조 제2, 3항).
○ G은 이 사건 위임약정에 따라 부동산의 처분 및 임대차계약 등 전반적인 관리 처분권한을 가진다(제6조).
○ 원고는 예금계좌의 관리 및 해지, 대출원리금의 변제 등에 관한 권한을 G에게 위임한다(제7조).
○ 위임사무를 처리하여 매월 발생하는 수익 중 600만 원은 원고를 위하여 사용하고, 200만 원은 G의 보수로, 나머지 200만 원은 H(원고의 여동생)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한다(제10조).
○ 관리 위임 대상 재산 목록
1. 서울 종로구 **동 1-13 대 92.6㎡(이하 ‘**동 토지’라 한다)
2. 위 지상 2층 주택(이하 ‘**동 건물’이라 한다)
3. 별지 목록 제1항 기재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
4. 별지 목록 제2항 기재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
5. 하나은행, 새마을금고, NH농협, 신협, 기업은행, 우리은행 및 기타 금융권
<이 사건 위임장>
위임인 원고는 수임인 G을 대리인으로 정하고 다음 사항을 위임함
○ 부동산의 매매행위, 임대관리
○ 예금관리행위 일체
○ 기존에 위임인의 재산을 관리하던 강용석에 대한 법적인 조치를 취할 권한 등
라. 원고의 촉탁에 따라 공증인가 법무법인 홍윤은 2012. 5. 15. ‘원고의 자녀 F은 친자가 아니므로 전혀 재산을 유증하거나 상속하지 않는다. 원고는 **동 토지와 건물, 이 사건 토지와 건물 및 하나은행, 새마을금고, NH농협, 신협, 기업은행, 우리은행 및 기타 금융권 예금을 수증인 G, 수증인 H에게 각 2분의 1씩 유증한다. 유언의 집행자로 G을 지정한다’는 내용의 유언공정증서(이하 ‘이 사건 유언공정증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마. 원고의 양자 F은 2013. 6. 5. 원고에 대한 금치산선고 심판청구를 하였고(인천지방법원 2013느단1548호), G은 법무법인 OO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위 심판절차에 참가하였다. F은 2013. 6. 27.경부터 이 사건 건물에 ‘건물주가 치매환자로서 부동산매매 및 대출계약은 법적으로 무효’라는 플래카드를 걸어놓았다.
바. 인천지방법원은 2013. 9. 10. ‘변호사 B을 원고의 임시후견인으로 선임하고, 원고는 임시후견인의 동의 없이 재산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사전처분결정(인천지방법원 2013즈기191호)을 하였고, 위 결정은 2013. 9. 17. G의 소송대리인에게 송달되었다.
사. 그런데 G은 위 사전처분결정을 송달받은 당일인 2013. 9. 17. 원고를 대리하여 자신의 친구 마방식의 형(兄)인 피고 C에게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매도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같은 날 피고C에게 이 사건 토지와 건물에 관하여 주문 제1.의 가.항 기재 소유권이전등기(이하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라 한다)를 마쳐주었다.
○ 매매대금 12억 원
○ 부동산은 2013. 9. 17. 명도한다(제3조).
○ 매수인은 위 매매대금 지급에 갈음하여 2014. 5. 31.까지 서울 동작구 사당동 147-115 소재 GS상가 105호에 관하여 매도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주기로 한다. 만일 위 기일까지 위 등기를 경료해주지 못할 경우 12억 원 및 이에 대한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한다(특약 제1, 2항).
○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위 등기 경료시까지 매월 350만 원을 지급한다(특약 제3항).
○ 이 사건 건물의 임차인들에 대한 1억 5,000만 원 상당의 권리금 등은 매수인이 책임진다(특약 제4항).
아. 피고 C은 2013. 10. 4. 피고 D로부터 대출을 받고 이 사건 토지와 건물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7억 3,800만 원의 주문 제1.의 나.항 기재 근저당권설정등기(이하 ‘이 사건 제1근저당권설정등기’라 한다)를 마쳐주었다.
자. 피고 C은 2013. 12. 9. 피고 E로부터 대출을 받고 이 사건 토지와 건물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3억 원의 주문 제1.의 다.항 기재 근저당권설정등기(이하 ‘이 사건 제2 근저당권설정등기’라 한다)를 마쳐주었다.
차. 인천지방법원은 2014. 1. 22. 성년후견 개시결정을 하였고, 위 결정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5, 7, 8, 11, 14 내지 1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가지번호를 별도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같다), 을가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1) 이 사건 위임약정서와 위임장 작성 당시 원고는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었으므로, 원고가 G에게 이 사건 토지와 건물 처분 등에 관한 권한을 위임한 행위는 무효이다. 따라서 G은 원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매도할 권한이 없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무권대리행위로서 무효이다.
2) 이 사건 토지의 시가는 20억 원에 달함에도 12억 원의 지급 또는 사당동 GS상가 105호와 교환이라는 현저히 불공정한 대가로 매도되었고, 이는 G의 경솔․무경험과 원고의 궁박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은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3) 따라서 피고 C은 원인무효인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해야 하고, 피고 D과 피고 E도 그에 터잡아 이루어진 이 사건 제1, 2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해야 한다.
나. 피고들의 주장 요지
1) ㉠ 이 사건 위임약정서와 위임장 작성 시점에 가까운 2012. 3. 24. 원고의 치매증상 정도 수치가 정상과 경도 치매증상의 경계에 있었던 점, ㉡ 원고는 이 사건 위임약정서와 위임장에 한자로 직접 자신의 서명을 하고 공증을 받은 점, ㉢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 당시 원고가 등기의무자 확인서면에 직접 무인을 한 점 등에 비추어, 원고는 의사능력이 있는 상태에서 G에게 이 사건 위임약정서와 위임장을 작성해줌으로써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의 매도에 관한 대리권을 적법하게 수여하였다.
2) 이 사건 토지와 건물에 대한 감정가는 약 12억 원이고, 사당동 GS상가 105호는 약 15억 8,000만 원의 가치가 있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라고 볼 수 없다.
3)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유효하고, 이에 기초한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와 이 사건 제1, 2근저당권설정등기는 유효하다.
3. 판단
가. 이 사건 매매계약이 무권대리로서 무효인지 여부
1) 관련 법리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내지는 지능을 말하는 것으로서, 의사능력의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특히 어떤 법률행위가 그 일상적인 의미만을 이해하여서는 알기 어려운 특별한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가 부여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행위의 일상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에 대하여도 이해할 수 있어야 의사능력이 인정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58367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위임약정서와 위임장 작성 당시 의사능력 유무
위 인정사실과 갑 3 내지 6, 10, 14 내지 17, 20, 21호증, 을가 2호증, 을나 5호증의 각 기재, 증인 G, F, 조**의 각 증언, 이 법원의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 위임약정서와 위임장을 작성할 당시 그 법률행위의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는 의사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인정된다.
가) 원고의 정신상태
① 원고는 2007. 9. 5.부터 2012. 3. 24.까지 원자력병원, 서울대병원, 한양대병원에서 치매 관련 진료를 받았고, 2013. 10. 15. 위 금치산선고 심판청구 사건에서 법원의 신체감정촉탁에 따라 가천길병원에서 신체감정을 받았다.
② 원고는 2007. 9. 5.경부터 2012. 3. 24.경까지 정상과 경도의 치매증상 사이의 경계영역 또는 경도의 치매증상을 보였다.
③ 원고에 대한 신체감정을 담당한 가천대길병원 의사는 2013. 11.경 “인지기능검사상 언어기억, 공간기억, 계산력, 실행력, 전두엽 기능 등 모든 영역에서 나이와 학력을 고려하여 저하되어 있으며, 뇌 MRI 상 대뇌피질과 해마위축이 관찰되며, 뇌PET 영상에서 양측 측두엽과 두정엽의 대사저하가 관찰되고 있다. 원고는 알츠하이머 치매로 판단된다”고 진단하였다.
④ 이 법원의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감정의는 “원고는 2010년 이후에는 자신의 행위의 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많이 제한되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알츠하이머 형 치매의 경과상 인지능력을 포함한 합리적 문제해결능력이 점차 감소하는 쪽으로 진행되는 것을 고려할 때, 2012. 5. 11. 시점에서 이러한 능력의 상실로 인해 이 사건 위임약정서와 위임장이 의미하는 경제적 결과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위임의 행위를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결정을 시행하기 위해 계획하고 자발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
⑤ 약 20년 넘게 원고를 알고 지내던 사람으로서, 2007년경부터 2012년경까지 이 사건 건물을 관리한 조**은 이 법정에서 “원고의 동생 G이 2012. 10.경 **동 토지와 건물을 매도하려고 교섭할 당시 입회하였다. 당시 부동산중개인과 법무사 사무장이 원고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어서 부동산 매매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충고를하여 매매계약이 무산되었다”고 증언하였다.
⑥ 원고는 2012. 2.경 퇴행성 관절염으로 정형외과 병원에 입원하였고, 원고의 양자 F은 주기적으로 원고에 대한 병문안을 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2012. 3.경 갑자기 위 병원에서 퇴원하였고, 그때부터 F과의 연락이 두절되었으며, F은 2012. 4. 9.경 경찰에 원고에 대한 실종신고를 하였다. 위 실종사건을 조사한 경찰관은 원고의 소재를 파악한 다음, F에게 원고가 인천에 있는 막내 남동생의 집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F은 그곳에 연락하였으나, 그곳에 있는 다른 가족들에 의하여 원고와의 통화를 제지당하였다. 원고는 자신의 친생자로 출생신고하고 오랜 기간 양육해왔으며 정형외과 병원 퇴원 직전까지 자주 문병왔던 양자와 전화연락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악화되었다.
나) 이 사건 위임약정서, 위임장의 내용과 재산처분의 필요성
이 사건 위임약정서 작성 당시 원고는 10여 명의 임차인에게 위 건물을 임대해주고 월 6,550,000원의 임대료를 수령하고 있었고(을나 5호증), 상당한 정도의 예금자산을 가지고 있었으며, 치매증상과 고혈압 이외에는 다른 건강상의 이상징후도 없었으므로, 원고는 자신의 예금자산과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임대수입이 유지되어야 장기간 안정적으로 치매 등의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원고로서는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현금으로 바꾸어서는 안 되고, 당시 원고를 위하여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관리’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럼에도 원고는 부동산을 매각하여 현금화하고, 예금 전부를 인출할 권한을 G에게 위임하였고, 재산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매월 400만 원을 G, H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으며, 재산처분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 그 인센티브 명목의 금원을 G에게 별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더구나 이 사건 위임약정서 등을 G에게 작성해주는 경우 원고의 이익에 반하는 재산처분행위를 저지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내용의 이 사건 위임약정서, 위임장은 G 등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원고에게는 별다른 이득이 없는 것이다.
다) 이 사건 유언공정증서의 내용과 유언공증의 필요성
당사자가 양친자관계를 창설할 의사로 친생자 출생신고를 하고 거기에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모두 구비되어 있다면 그 형식에 다소 잘못이 있더라도 입양의 효력이 발생하고, 양친자관계는 법률적으로 친생자관계와 똑같은 내용을 갖게 되므로, 이 경우의 친생자 출생신고는 법률상 친자관계인 양친자관계를 공시하는 입양신고의 기능을 발휘한다. 그러므로 원고의 F에 대한 친생자 출생신고가 입양의 실질적 요건까지 구비되어 있다면 원고에 대한 제1순위 상속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원고는 만68세로서 치매증상 등 이외에는 별다른 건강상의 이상징후가 없었음에도, 정형외과 병원에서 퇴원한 직후 양자 F과의 연락이 차단된 상태에서 이 사건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하였다. 유언공정증서의 내용도 제1순위 상속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양자 F 등의 권리를 완전히 배제하고, 그보다 후순위인 G과 H에게만 1/2씩 유증하는 것이어서, G 등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이다. 원고가 정형외과 병원 퇴원 무렵 갑자기 자신의 사망 이후를 대비하여 유증을 하고, 나아가 양자 F 등 주변인물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G 등에게만 자산을 물려주기로 결심할 특별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다.
라) 의사능력 유무
① 위와 같은 원고의 정신상태, 이 사건 위임약정서 및 위임장 작성 경위, 그 내용, 그 무렵 작성된 이 사건 유언공정증서의 내용 등에 비추어, 만일 원고가 이 사건 위임약정서 및 위임장의 법률적 의미와 효과를 이해하고 있었다면, 이를 작성하였을리가 없다고 판단된다.
② 비록 원고가 이 사건 위임약정서, 위임장에 한자로 서명하고, 이 사건 유언공정증서에 한글로 서명하기는 하였으나, 앞서 본 정신상태에 있는 원고가 이 사건 위임약정서와 위임장의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서명한 것으로 인정된다.
3) 이 사건 매매계약과 소유권이전등기 당시 의사능력 유무
을가 4호증의 5, 6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2013. 9. 17.경 원고가 법률사무소에 방문하여 등기의무자 확인서면에 무인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과 갑 10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 증인 G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할 대리권을 수여한다거나 무권대리행위로 체결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추인한다는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를 이해할 수 있는 의사능력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무인 사실을 이 사건 매매계약에 관한 대리권 수여행위나 추인의 의사표시로 해석할 수 없다.
① 2013. 10. 15. 신체감정을 받을 당시 원고는 알츠하이머 치매증상을 보였고, 이에 기초하여 2014. 1. 22. 성년후견절차가 개시되었다. 원고는 위 신체감정 당시 보다 약 한 달 정도 전인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 당시 등기의무자 확인서면의 내용과 이에 따른 법률효과를 인식하지 못하였을 것으로 인정된다.
② G은 위 금치산선고 심판청구 사건에서 변호사 B을 임시후견인으로 선임하고 임시후견인의 동의 없이 재산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는 사전처분 결정을 송달받자, 같은 날 피고 C과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즉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이에 관하여 G은 인천지방법원 2014느단1152 소송허가 사건의 심문기일에서, 2013. 9. 17.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날 바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이유에 관하여 “다급하여 이전등기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G은 이 법정에서, 교환대상 부동산에 관한 이전등기를 받지도 못하면서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먼저 피고 C에게 이전등기를 해준 이유에관하여 “피고 C이 이전해주기로 약속하여 이를 믿었고, 피고 C에게 사당동 상가에 관하여 전화로 이전등기를 요구하였을 뿐, 이전등기청구권 집행보전을 위한 조치를 취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③ 교환대상인 사당동 GS 상가 105호는 지하 7층, 지상 24층 주상복합건물 중 전유부분 52.75㎡, 대지권 지분 3,989분의 8.62인 소규모 점포에 불과하다. 위 점포는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는 물론이고, 현재까지도 주식회사 **부동산신탁 명의로 신탁등기되어 있으며, 그 대지에 대하여 별도의 구분지상권 등기가 있다. 그러므로 피고 C은 현재까지 위 상가의 소유권을 원고에게 이전하지 못하고 있고, 언제 위 신탁계약을 해지하고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태이다.
④ 이 사건 매매계약서에는 사당동 GS 상가 105호에 대한 이전등기시까지 피고 C이 원고에게 매월 35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위 돈이 원고에게 실제 지급되었다는 자료는 전혀 없다.
⑤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다수의 임차인들이 이 사건 건물을 임차․사용하고 있었는데, 각 임대차계약의 현황, 임대보증금 반환 채무의 승계 여부 등에 관하여는 별다른 약정이 없다.
⑥ G은 위와 같이 계약금도 받지 아니하고, 기존 임대차계약의 승계 여부, 교환대상 부동산의 소유권확보 방안 등도 강구하지 아니한 채 매매계약서 작성과 동시에 피고 C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이 사건 매매계약과 소유권이전등기가 사전처분결정 송달 당일 이루어진 점, 원고가 반대급부를 받지 못한 점, G의 이 법정 및 관련 사건에서의 진술내용을 종합하면, G은 위 사전처분으로 임시후견인 동의 없이는 원고 소유의 재산처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매매대금 등 반대급부를 받지도 아니한 채 형식적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C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준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⑦ 만일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 내용과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의 법률적 의미와 효과를 이해하고 있었다면, 등기의무자 확인서면에 무인하였을 리가 없다.
4) 이 사건 매매계약의 효력
이와 같이 법률적 의미나 효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의사무능력 상태에서 작성된 이 사건 위임약정서와 위임장에 따른 법률행위는 무효이므로, G에게는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매도할 대리권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은 무권대리행위이고 이에 대한 원고의 추인도 없으므로 원고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나. 소결
1) 이 사건 매매계약은 원고에 대하여 효력이 없고, 이에 따른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 역시 원인무효의 등기이므로, 피고 C은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인 원고에게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2) 이 사건 매매계약이 원고에 대하여 효력이 없는 이상 피고 C은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 C과 피고 D 및 피고 C과 피고 E 사이에 각 체결된 근저당권설정계약은 무권리자의 처분행위로서 무효이므로, 이 사건 제1, 2근저당권설정등기는 원인무효의 등기이다. 따라서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인 원고에게 피고 D은 이 사건 제1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피고 E는 이 사건 제2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각 이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윤강열
판사 박지연
판사 서경민